제주신문 기획특집 인터뷰_간절한 마음 담은 에너지 공유하고파
( 글. 임청하 기자 / 작성 : 2020년 9월 22일 )
때로 뭔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생각을 어지럽히는 요인을 잠시 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시야 작가는 스스로의 마음과 무의식에 깊숙이 파고든다. 그렇게 현실과 내면 사이를 넘나들며 비로소 느껴지는 잔상들을 여러 재료 위에 표현한다. 그가 제주에 오게 된 계기는 꿈에서 비롯됐다. 서울에서도 산과 가까운 지역에서 작업하던 그는 어느 날 섬 위에서 밥을 먹는 꿈을 꿨다. 그 섬이 움직이면서 파도가 일렁이는데 바닥을 내려다보니 뱀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고 입도한 지 대략 5년이 됐다.
그의 작업은 획일화된 장르로 단정짓지 않는다. 직접 이름을 지은 ‘마음 크로키’가 그의 장르다.
대개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을 포착해서 담아내는 게 크로키라면, 작가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상들의 순간을 붙잡아 드로잉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얼핏 떠오르는 감정이나 이미지, 생각들조차 수면 위로 끄집어냄에 따라 자기 자신을 조우하는 것이다.
10여 년이 훌쩍 넘게 작업을 이어오면서 알게 된 건 인간과 자연,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모양과 크기, 색깔도 다 다르지만 결국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체라는 인식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 소재 간 따로 경계가 없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그의 작품 안에선 뭐든 될 수 있다.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물고기새’가 등장하기도 한다. 누군가 정해놓은 틀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공존’이 자리한다.
그의 첫 개인전 제목은 ‘한숨의 그릇 담다’로 시작해 두 번째 전시에서는 ‘숲의 한숨 듣다’로 이어졌다. 매일 몸이 숨을 쉬고 비우는 것에서 나아가 그에게 늘 위로를 주는 숲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서였다.
범상치 않은 꿈으로부터 시작한 제주살이는 오히려 마음을 열게 되는 시간들로 꾸며지고 있었다. 작가가 늘 가까이 두려는 자연과 벗삼는 일상이 지속되서인지 시선이 유연해졌다.그동안 정형화돼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미술교육을 해보기 시작했고 일반인을 위한 드로잉 수업도 진행하게 됐다. 그저 경험을 나누는 것뿐인데 일상에 환기가 된다는 이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아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일부러라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제주에서 하게 되면서 생각이 넓어진 거 같다”며 제주자연과 섬이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들로 인해 나눔의 개념이 확장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싶다고 덧붙였다.
난개발이 만연한 제주의 현재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하루 한 장씩 꼬박 100일간 나무를 그렸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일 기도한 게 모아지면 에너지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며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힘을 내야한다고 했다.
좀처럼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서로가 아끼며 살다보면 모호한 여정에서도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정해진 건 없지만 자신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 인생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제주신문 기획특집 인터뷰_간절한 마음 담은 에너지 공유하고파
( 글. 임청하 기자 / 작성 : 2020년 9월 22일 )
때로 뭔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생각을 어지럽히는 요인을 잠시 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시야 작가는 스스로의 마음과 무의식에 깊숙이 파고든다. 그렇게 현실과 내면 사이를 넘나들며 비로소 느껴지는 잔상들을 여러 재료 위에 표현한다. 그가 제주에 오게 된 계기는 꿈에서 비롯됐다. 서울에서도 산과 가까운 지역에서 작업하던 그는 어느 날 섬 위에서 밥을 먹는 꿈을 꿨다. 그 섬이 움직이면서 파도가 일렁이는데 바닥을 내려다보니 뱀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고 입도한 지 대략 5년이 됐다.
그의 작업은 획일화된 장르로 단정짓지 않는다. 직접 이름을 지은 ‘마음 크로키’가 그의 장르다.
대개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을 포착해서 담아내는 게 크로키라면, 작가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상들의 순간을 붙잡아 드로잉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얼핏 떠오르는 감정이나 이미지, 생각들조차 수면 위로 끄집어냄에 따라 자기 자신을 조우하는 것이다.
10여 년이 훌쩍 넘게 작업을 이어오면서 알게 된 건 인간과 자연,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모양과 크기, 색깔도 다 다르지만 결국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체라는 인식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 소재 간 따로 경계가 없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그의 작품 안에선 뭐든 될 수 있다.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물고기새’가 등장하기도 한다. 누군가 정해놓은 틀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공존’이 자리한다.
그의 첫 개인전 제목은 ‘한숨의 그릇 담다’로 시작해 두 번째 전시에서는 ‘숲의 한숨 듣다’로 이어졌다. 매일 몸이 숨을 쉬고 비우는 것에서 나아가 그에게 늘 위로를 주는 숲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서였다.
범상치 않은 꿈으로부터 시작한 제주살이는 오히려 마음을 열게 되는 시간들로 꾸며지고 있었다. 작가가 늘 가까이 두려는 자연과 벗삼는 일상이 지속되서인지 시선이 유연해졌다.그동안 정형화돼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미술교육을 해보기 시작했고 일반인을 위한 드로잉 수업도 진행하게 됐다. 그저 경험을 나누는 것뿐인데 일상에 환기가 된다는 이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아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일부러라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제주에서 하게 되면서 생각이 넓어진 거 같다”며 제주자연과 섬이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들로 인해 나눔의 개념이 확장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싶다고 덧붙였다.
난개발이 만연한 제주의 현재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하루 한 장씩 꼬박 100일간 나무를 그렸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일 기도한 게 모아지면 에너지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며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힘을 내야한다고 했다.
좀처럼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서로가 아끼며 살다보면 모호한 여정에서도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정해진 건 없지만 자신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 인생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